산행정보 - 원대리 자작나무숲
○ 원대리 자작나무숲 - 강원 인제
흰눈에 안긴 자작나무 숲으로 떠나는 힐링 트레킹
시베리아의 광활한 눈밭을 달려가는 기차. 영화 속 공기의 차가움이 그대로 전달되는 그 장면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기차 주변을 채운 하얀 눈밭의 늘씬한 나무들이었다. 기억 속 겨울 풍경의 한 자리를 차지한 이색적인 장면을 이 땅에서도 볼 수 있다면........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으로~~!!
겨울이면 더욱 빛나는 풍경이 있다. 하얀 눈, 그리고 그 안에 눈부신 흰 살을 드러내며 늘씬하게 뻗은 나무들이 그려내는 ‘겨울동화’ 같은 장면. 주로 추운 나라가 배경인 영화에서 한 번쯤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. 그렇게 하얀 눈 사이를 채운 뽀얀 나무들은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우리들에게는 생경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익숙한 겨울 이미지를 제공했다. 나아가 자연스럽게 ‘언젠가 한 번쯤 이런 겨울 풍경을 보고 싶다’는 생각도 들게 했다. 하지만 아쉽게도 이 땅에서 그런 흰 표피를 가진 나무를 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.
자작나무숲은 보통 눈 내린 한겨울의 풍경이 으뜸이다.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자작나무는 기름기가 많아 탈 때 ‘자작자작’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. 박달나무처럼 단단한 자작나무는 가구를 만들기에 좋고, 하얗고 윤이 나는 껍질은 불이 잘 붙어 불쏘시개로 유용하게 쓰였다. 또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 그의 표피는 예로부터 종이 대용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적는 데 썼다.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일부도 자작나무라고 알려졌고, 경주 천마총 말 안장을 장식한 천마도의 재료도 자작나무 껍질이다. 인제에는 알려진 자작나무 숲이 두 곳 있다. 하나는 응봉산 자락의 수산리에 자리했고, 다른 하나는 원대리에 자리한다.
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1970년대까지 화전민들이 살던 마을 산비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.
숲으로의 본격 여정은 원대산림감시초소에서 시작된다. 초소에서 자작나무 숲까지는 3.2㎞, 차로는 불과 5분 내외 거리다. 하지만 초소에서부터는 차량을 통제하기 때문에 근처에 차를 세워 두고 임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.길은 약간의 오르막이 있으나 그리 힘들지 않아 호젓하게 걷기에 좋다.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면 무릎 높이의 자작나무 울타리가 둘린 너른 공터가 나오는데, 그 맞은편 비탈면 아래가 바로 자작나무 숲이다.
부드러운 비탈을 따라 펼쳐진 자작나무 숲에는 세 개의 산책 코스가 오붓하게 조성돼 있다. 자작나무코스(0.9㎞), 치유코스(1.5㎞), 탐험코스(1.1㎞)로 나뉘며 각각의 코스는 큰 구분 없이 자연스레 연결된다.
군사작전 지역이라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기에 비밀의 정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다. 예전에는 군사작전 지역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, 지금은 도로변에서 사진 찍는 것까지는 허용되었다. 아침 일찍 가면 서리 낀 모습, 안개 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모든 풍경이 아름답게 느껴지며 특히 풍경 사진이 잘 나오기로 소문난 장소이다. 출사지로 유명하기 때문에 새벽에 도착해도 이미 많은 삼각대가 가득하다. 그러나 군사작전 지역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찍고 있을 수는 없다. 근무병들이 아침마다 올라와 교통정리 요청을 하면 바로 따라야 한다.